마지막에 'X-men'이란... (4DX 리뷰)
브라이언 싱어가 2000년에 시작한 '엑스맨'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신작 '엑스맨 다크 피닉스'가 공개됐다. 20세기 폭스가 디즈니에 합병되면서 사실상 지금 엑스맨 유니버스의 마지막 작품이 돼 버렸다. (물론 <뉴 뮤턴트>가 남아있지만 제대로 개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며 찰스와 에릭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도 아니다) 지금까지 나온 <엑스맨> 영화는 오리지널 트릴러지, 프리퀄 트릴로지, 그리고 울버린 트릴로지까지 총 10개 작품으로 여기에 <데드풀> 시리즈를 합치면 12개로 늘어난다. 다크 피닉스는 20년 넘게 끌어온 대장정에 종지부를 찍는 작품이다. 영화는 어린 진 그레이(소피 터너)가 사고로 부모를 잃고 찰스(제임스 맥어보이)가 운영하는 자비에 영재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이후 <엑스맨: 아포칼립스> 사건을 거치며 진은 사이클롭스(타이 셰리단), 스톰(알렉산드라 십), 나이트클롤러(코디 스미트 맥피), 퀵실버(에반 피터스) 등과 함께 엑스맨으로 성장하며 미스틱(제니퍼 로렌스), 행크(니콜라스 홀트)와 함께 엑스맨 활동을 이어간다. 이 와중에 NASA 우주선이 보낸 구조 신호에 출동한 진은 우주에서 미지의 에너지 폭풍을 맞게 된다. 이후 진의 몸속에 내재한 다크피닉스의 힘이 각성되고 이 힘을 쫓아온 외계인(제시카 채스테인)이 진이 흡수한 에너지를 노리고 다가간다. 반면 행크는 에릭(마이클 패스트벤더)을 찾아가 함께 진을 저지하려 한다.
사실 다크 피닉스 이야기는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도 거론된 바 있다. 오리지널 트릴러지 중 가장 혹평을 받았을 뿐이다. 다크 피닉스의 연출자인 사이먼 킨버그는 엑스맨2에서 시리즈에 작가로 참여했으니 당연히 최후의 전쟁 각본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바꾸어 말하면 '다크 피닉스'는 사이먼 킨버그의 두 번째 다크 피닉스 영화이다. 문제는 더 나아지기는커녕 총체적 난국에 가까운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사이먼 킨버그가 장편영화를 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환상특급> 리부트 시리즈의 한 에피소드를 연출한 바 있다), 불필요한 장면을 힘주어 길게 보여주는 반면 심혈을 기울여야 할 장면은 대사로 상황을 설명하고 지나쳐 버린다. 그러다 보니 인물 갈등은 급격히 확산됐지만 대사 하나만으로 해결되고 만다. 액션 시퀀스는 좋게 말하면 배리우드 블록버스터 같고 나쁘게 말하면 콘솔게임의 시네마틱 트레일러 같다. 이른바 영화적이라고 부를 만한 카메라 구도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몇몇 장면에서는 황당한 방식으로 돌연변인들의 초능력이 구현되기도 한다. 게다가 제임스 맥어보이는 여전히 <글래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연기를 하고, 마이클 퍼스텐스의 연기는 전작보다 못하며, 다른 많은 캐릭터들은 그저 영화 속에만 존재할 뿐 캐릭터성이라는 것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더구나 제시카 채스테인이 맡은 외계인 캐릭터의 활용은 기계적인 악역에 그치고 만다. 3월 개봉한 캡틴 마블에 등장하는 스크럴족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포지션이지만 다크 피닉스의 외계인들은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 캐릭터로 남았다.다크 피닉스의 유일한 장점은 진 그레이를 연기한 소피 터너다. 진 그레이는 <다크 피닉스>를 통해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산사 스타크와 함께 소피 터너의 대표 캐릭터로 자리매김하는 캐릭터가 됐다. 물론 영화가 좋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게 아니라서 아쉽다. 다크 피닉스에 등장하는 진 그레이의 서사는 전체적으로 <캡틴 마블>을 연상시키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게 아쉽다. 소피 터너는 갑자기 강력한 힘을 얻어 혼란스러워하는 진 그레이로부터 그 힘을 컨트롤하는 법을 터득하여 자유롭게 활용하는 진 그레이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는 캐릭터를 무난히 연기해 낸다. MCU에서 스칼렛 위치의 단독 영화를 낸다면 『다크 피닉스』의 진 그레이 캐릭터를 참고해도 좋지 않을까. 다만 진 그레이와 이를 연기한 소피 터너만이 참고가 되는 지점이라는 점이 아쉽다.<X-men:다크 피닉스>는 CGV 왕십리에서 4DX로 관람했다. 마지막 'X-men' 영화를 4DX로 관람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 그레이가 우주에서 사고를 당하는 초반 장면부터 다크 피닉스의 힘이 점차 드러나는 중반부 X맨 프리퀄 시리즈 주역들이 총출동하는 후반부의 다양한 액션 시퀀스로 4DX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었다. 특히 진 그레이를 비롯한 다양한 엑스맨들의 '시그니처 무브'를 통해 각 캐릭터가 가진 다양한 초능력을 더욱 실감할 수 있게 됐다. 엑스맨의 마지막을 즐기고 싶다면 4DX로 가보자.
